Abstract
현대 사회는 탈진실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탈진실 현상은 올바르고 참된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누군가가 아무리 진실에 대해 과학적-객관적으로 해명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진영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거나, 자신의 느낌과 감정에 반할 경우, 혹은 자신의 신념이나 이념과 상충할 경우, 얼마든지 진실을 외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탈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탈진실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저널리즘 정신의 회복,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의 회복”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를 추구하는 일은 그 누구보다도 철학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 따라서 이 글에서는 탈진실 문제와 그 극복가능성을 칸트철학의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한다.BR 먼저 2장에서는 탈진실 문제가 제시되는 배경과 맥락을 추적할 것이다. 이어서 3장에서는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칸트의 계몽철학의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왜냐하면 칸트의 계몽철학은 지성을 자유롭게 사용할 용기를 가지는 태도, 더 나아가 이성의 공적 사용을 강조함으로써 탈진실 문제의 극복가능성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칸트의『종교론』에서 제시된 근본악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왜냐하면 근본악 이론은, 탈진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인지 편향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칸트가 근본악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희망의 방식”을 통해, 인간에게 근절 불가능한 인지 편향으로 인해 비롯되는 탈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유비적으로 추론하며 반성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