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중심 주제는 내재와 초월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불교의 중심 사상들을 고찰함으로써 불교에서 초월의 의미론적 함의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먼저 서양철학사 일반에서 초월 개념의 의미론적 층위를 확인하고, 이어서 불교에서 초월의 함의를 갖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요 사상들을 검토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존재/인식과 관련한 불교의 특징적 이해를 비롯하여 속제/진제, 윤회/열반, 중생/부처 등의 이념적 구도에서 어떤 ‘넘어섬’의 영역이나 주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정되는 공(성), 의타기(자)성, 중도, 열반, 해탈, 아뢰야식, 불성 등에 주목하였다. 불교는 분명 일상 언어적 의미 층위에서 특정 인식과 가치의 경계나 한계로부터의 어떤 ‘넘어섬’으로서의 초월을 추구한다. 그러나 초월적 존재란 자연세계 너머에 존재하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초자연적이고 외재적인 진실재라고 할 때, 그리고 초월적 진리란 모든 경험적 진리에 선행하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진리라고 할 때, 불교의 이념들에 그같은 함의를 인정하는 것은 이 글의 논의에서는 유보적이다. 아울러 불교적 초월의 의미론적 함의로는 소위 ‘내재적 초월론’이 특히 주목되며, 그것은 불교적 초월의 중심 모형으로서 현실에 대한 일방적 부정이나 긍정을 배제함과 동시에 현실을 떠나 이상의 영역을 설정하거나 절대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