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하버마스는 『진리와 정당화』(19991)에서 ‘이상적 발화상황’이라는 표제어로 잘 알려진 합의이론적 진리개념을 버리고 비인식적 진리개념을 채택한다. 진리개념의 무조건성의 계기를 확보함으로써 생활세계의 실재론적 직관에 부응하고자 한 것이다. 이 입장변화는 그가 ‘칸트적 실용주의’라 칭한 이론철학적 지향과 관련된다. 먼저 이 글은 하버마스가 왜 그리고 어떻게 합의이론적 진리개념을 버리고 비인식적 진리개념의 정립으로 나아가는지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나는 이 변화가 칸트적 사유패턴(Denkfigur)을 따르고 있으며, 따라서 새로 정립한 비인식적 진리개념이 처한 문제상황 역시 매우 칸트적임을 보이고자 한다. 그런 다음 나는 하버마스의 비인식적 진리개념의 이론전략적 의의가 무엇인지를 그의 학문역정 전체를 관통하는 해방적 관심에 비추어 조명하고자 한다. 이로써 이론철학적으로 흠 잡을 데가 많은 그의 비인식적 진리개념이 실천철학적으로는 설득력을 가지며, 이때 그의 이론작업을 이끄는 것 역시 칸트적 사유패턴임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