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개념이 그의 윤리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중용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관하여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이 글은 그러한 논의들 중에서 주로 영미권의 학자들 사이에서 시도되는 소위 중용의 ‘설명적 우선성(explanatory priority)’에 관한 논란에 참여하고자 한다. 넓게 보면 이 글의 논의는 ‘반응우선성 논지’와 ‘상태우선성 논지’라는 두 입장에 관한 것이다. 전자의 입장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하는 중용 개념의 본질적 의미가 중용의 구체적 예시 즉 중용의 개별적 행위와 감정의 차원에서 잘 드러난다고 주장하며, 중용의 설명적 우선성이 탁월한 사람의 개별적 행위와 감정, 통칭하여, 반응(response)에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후자의 입장은 그 중용의 본질적 의미가 탁월한 사람의 개별적 행위나 감정이 아닌 성격(ethos) 자체에 즉 그의 영혼의 상태(hexis)에 있다고 주장하며 문제의 ‘설명적 우선성’이 ‘상태’에 내재한다고 보는 입장이다.BR이 글은 기본적으로 상태우선성 논지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웅우선성 논지를 직접적으로 논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상태우선성 논지를 옹호하기 위한 소위 ‘긍정 논증’을 시도할 것인데, 그 시도는 다소 우회적 방식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개념과 관련하여 자주 다루어지는 대표적 구문들은 아니지만, 그 중용 개념의 본질적 의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태우선적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다른 중요한 구문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구문들은 각각 ‘우리와 관련된 중간(to meson pros hemas)’에 관한 구문(EN2.6, 1106a27∼6b7), 중용의 부사적 표현인 mesōs가 언급되는 구문들(EN3.7, 1116a4-7, EN2.5,;1105b27∼28,;EN3,11.1119a11∼21), 마지막으로 탁월한 사람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 ‘칭찬’에 관한 여러 구문들이다. 이 구문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상태로서의 중용’을 ‘본질적 중용’으로 여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의중을 파악하고, 상태우선성 논지를 ‘측면 지원’할 수 있는 유의미한 논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