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전통적인 인식론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정신 바깥의 외부 세계를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외부 대상을 사유하거나 추론하는 것을 넘어서, 감각적으로 보고 듣고 만지는 지각활동을 포함한다. 이 점에서 지각 활동은 우리 마음이 세계와 만나는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접점이며, 외부 세계에 대한 추론에 그 근거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의 지각 활동이 오류 가능하다는 점은 그러한 근거를 의심스럽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사물에 대해 왜곡된 표상을 지니는 착각(illusion), 그리고 지각에 떠오른 사물이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환각(hallucination)을 경험한다. 이처럼 외부 사물에 대한 추론의 근거인 지각이 오류 가능하다면, 인식론적 정당화는 도대체 가능한가? 이에 대한 인식론의 긍정적인 응답은 인식론적 선언주의, 표상주의, 관계주의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관계주의는 지각 경험을 대물(de re) 양상으로 분석하면서 지각적 실재론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 논제들의 철학적 중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여전히 이러한 이론들이 착각과 환각을 적절하게 설명하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본고의 논지는 상기한 입장들이 모두 불만족스러우며, 환각과 착각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착각과 환각에 대한 개선된 설명이 믿음문맥 안으로의 양화(quantifying in belief context) 개념을 통해서 해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