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들뢰즈와 과타리는 『천 개의 고원』의 「도덕의 지질학」에서 물리-화학적 수준, 유기적 수준, 문화-기술적 수준에 대해 발생론적이고 내재론적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나 독일 관념론이 초월적 형상이나 이념에 호소했다면, 들뢰즈-과타리는 지구라는 새로운 자기-원인이 세 가지 지층을 어떻게 차례로 생산하는지 보여준다. 각 지층은 내용과 표현의 상호 관계를 통해 규정되는데, 상위의 지층으로 갈수록 내용과 표현 사이의 독립성이 커져서, 언어와 기술의 수준에서는 완전히 독립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들뢰즈는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이 내재론적 사유에 필요한 자연철학적 범주들과 발생론적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결정화 모델은 물질의 이질적인 특성과 준안정적인 에너지로부터 형태가 발생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보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원초적으로 발생한 형태가 다양한 유형의 환경 사이의 상호 관계 속에서 복잡성과 독립성을 획득해 가는 원리를 설명한다. 들뢰즈와 과타리는 시몽동의 이론을 자신들의 고유한 체계 안에 배치하면서 대지와 영토의 운동이 서로 다른 수준의 개체들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이 근본적으로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