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목적은 여성주의 문화 실천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주의 문화 운동에서 여성의 의식 고양은 중시되었지만 정작 저항의 자리로서 감정의 역할에 대한 주목은 부족했다. 하지만 감정에 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가부장제에 대한 대항 문화로서 여성주의 문화가 생겨나는 근원을 밝혀낼 수 있다.윌리엄즈의 문화적 헤게모니론을 적용해 보면, 여성주의 문화는 가부장제의 대립항으로 정립된다. 여성주의 문화란 지배 문화로서의 가부장적 문화에 포섭되지 않는 대안적 문화로, 여성의 몸의 경험이나 심리적 기질과 같은 본질적 규정이 아닌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문화적 실천들을 의미한다.지배 문화의 저항적 근원에 관한 설명으로 지젝의 정신분석학적 접근과 푸코의 담론적 접근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젝의 이데올로기 비판과 푸코의 담론 분석은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의 원천을 찾으려는 관심과 통한다. 하지만 지젝의 실재계는 가부장제가 작동하는 문화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푸코의 반담론은 그러한 전복을 시도하는 주체의 심리적 차원에 관한 설명이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문화적 헤게모니 관계에서 금지된 감정은 문화적 저항의 자리로서 지젝과 푸코의 논의를 보완해 준다. 재거에 따르면 금지된 감정이란 종속되거나 주변화된 주체들이 지배 집단이 구성한 감정의 망 안에서 관습적으로 기대된 것과 달리 느끼는 것이다. 가부장적 문화 환경에서 여성이 느끼는 이러한 금지된 감정은 여성주의 문화가 생성되는 근원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