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국가』를 올바름(正義)보다는 거짓말에 관한 대화편으로 천착하는 본 논문은 플라톤의 거짓말 이론의 씨실과 날실을 단계적으로 검토하면서 나쁜 통치와 좋은 통치라는 정치 지대에서 고상한 거짓말 이론을 정당화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고상한 거짓말 이론이야말로 시민 기만과 권력남용을 둘러싼 윤리적이고 정치 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거짓말이 고상할 수 있는 가능한 조건과 그 이로움에 관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할 학문적 필요성을 제기하기 때문이다.BR/ 이를 위해 거짓말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발언들을 점검하면서 아름다운 나라(kallipolis)의 정치에서 거짓말이 정당화될 수 있는 조건들 하나하나를 찾아 규명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무엇보다도 교육 수단으로서의 거짓말 문제를 다루면서, 나쁜 거짓말의 세 가지 사례를 통해 교육용 설화와 거짓말의 양립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음으로 ‘진짜 거짓’과 ‘말을 통한 거짓’ 간의 비교 담론을 통해 약리학적 거짓말의 독특한 위상을 진단한 후, 어떤 차원에서 통치자가 거짓말을 할 권리를 갖게 되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보고 있다. 거짓말에 관한 이상의 몇 가지 예비적 고찰을 토대로 고상한 거짓말의 신화 분석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여, 신화의 전반부로는 꿈꾸는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대조를 통해 교육과 양육의 문제를 다루는 토착 주민 신화를, 후반부는 공화주의적 정의를 구현하고 국가 내 계급 분화를 정당화하는 금속의 신화를 각각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설득의 최우선 대상이 통치자라는 조건이 거짓말의 도덕성에 필수 요건이 되는 지평을 궁구하고 있다.BR/ 고상한 거짓말 이론은 이상 국가 내에서 사회 질서, 조화 그리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시민들 상호 간의 통합과 헌신을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국가 전체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다. 또한 금속의 신화는 본래적 성향을 기반으로 사회적 역할을 부과하는 통치 과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나아가 현대 정치의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볼 때, 플라톤의 고상한 거짓말 개념은 진리와 조작 간의 예술적인 균형을 궁구하는 범례이기도 하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오늘날의 국내외적인 정치 시스템에서 고상한 거짓말은 앞으로도 진리의 본질, 정의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관한 논쟁과 성찰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킬 플라톤의 정치 철학적 유산임에 틀림없다. 그의 고상한 거짓말 이론은 이상 국가의 근간을 이루고 통치의 본질과 사회적 결속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해 주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더 이상 이상 국가 프로그램에 포함된 ‘야비한’(ignoble) 오점이나 흠결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수용 가능한 선택이자 ‘고상한’(noble) 전략이다. 따라서 본래 불의하고 비도덕적이라고 간주되는 거짓말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덕의 발달과 자유 실현에 도움이 되는 도덕적으로 존경할 만한 거짓말의 합법적 차원을 새롭게 갱신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