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道安과 支道林의 사상은 후기로 갈수록 불교에 대한 이해가 더욱 성숙해진다. 전기에는 小乘이나 玄學의 영향으로 현상과 진리를 이분화해서 접근한다거나 진리를 현상의 배후에 있는 근거로 이해하는 등 현상에 대하여 진리를 지나치게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뱐야경전에 대한 이해가 무르익어감에 따라 점차로 空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보여준다. 도안에 따르면 本無를 현상계의 존재론적 근거로 보고 有와 無로 분별하는 것은 空에 대한 잘못된 것으로, 本無란 有와 無의 분별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가리킨다. 지도림은 물질대상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고 因緣의 和合에 의해서만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물질대상은 自性이 없는 假有이며, 空한 것이다. 이처럼 현상과 진리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도안과 지도림의 반야사상은 대승 般若空 사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불교가 중국에 도입되던 초기에는 소승경전과 더불어 대승 반야계통 경전이 주로 유입되었다. 이후 구마라집이 中觀계열의 경전을 번역해냄으로써 중국의 불교학자들은 대승불교의 이치를 더욱 온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반야계 경전만을 접했던 道安, 支道林에 비하여 중관사상까지 접할 수 있었던 僧叡, 曇影는 대승불교에 대하여 한 단계 성숙한 이해를 보인다. 승예와 담영의 有無觀은 도안과 지도림 등이 보여준 기존의 般若空 사상에 치우친 無의 절대화 경향에서 벗어나 有와 無 사이의 불교적 회통을 보여준다. 도안과 지도림 등이 초기대승경전인 『반야경』의 性空사상을 선양하는 데 치중하였다면, 구마라집의 역경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龍樹의 中觀사상을 접한 승예와 담영 등은 有와 無를 眞俗二諦로 해석하고 有無의 中道를 천명한다. 이는 불교 교리적 입장에서 볼 때 有無 개념에 대한 한 단계 성숙한 해석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