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儒學에서 誠 · 敬은 이미 先秦시기 『中庸』과 『易傳』에서 그 철학적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었고, 성리학에 이르러서는 수양론에 있어서 중요개념으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程子의 ‘主一無敵’이라는 敬에 대한 입론은 朱子에 이르러 인간이 內聖外王을 실현하는 가치개념으로 자리잡은 반면 誠은 天道를 설명하는 개념정도로 인식되고 만다. 조선의 경우, 息山이 살았던 시대에는 퇴계와 율곡을 중심으로 각각 敬 중심의 철학과 誠 중심의 철학 등으로 나뉘어져, 학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심한 대립과 아울러 敬에 대한 올바른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 와중에 息山은 天道有敬說에서 天道와 人道가 제각각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아울러 誠과 敬 또한 서로 다른 것이 아닌 하나라는 주장을 펼친다. 더 나아가 올바른 敬의 면목을 알기위해서는 다시 程朱學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당시의 혼란스럽고 분열된 시대상황과 결부하여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비록 그의 주장이 독창적이거나 정주학이나 퇴율의 성리학을 뛰어넘는 차원의 입론이 아니고 또한 龍頭蛇尾격의 마무리로 끝을 맺고 있지만 당시 조선의 사회가 程朱의 종지를 벗어나 공리사변으로 치닫고, 사회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온갖 모순을 양산해내는 상황에 맞서 성리학 본연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반성의 기회로 삼자는 한 유학자의 성찰적 태도는 분명히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