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들뢰즈가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던 ‘사건’의 구분되는 특성들을 추려내어, 세 가지 개념으로 갈별하고, 그 특징을 정리한다. 크게 잠재성의 측면에 위치하는 ‘이념적 사건’(대문자 사건)과 현행성의 측면에서 다뤄지는 그 외의 사건들(소문자 사건들)로 구분하고, 현행적 사건을 다시 그 대상에 따라 한 개체의 실존적 측면에서의 변이의 계기가 되는 스토아적 사건을 ‘실존적 사건’으로, 세계 전체의 분기로서 새로운 세계의 출현을 야기하는 라이프니츠적 사건을 ‘세계적 사건’으로 구분한다. 이는 한편으로 들뢰즈의 사건론이 주로 전개되는 『의미의 논리』내 내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것과 『주름』 사이의 그의 사유의 변화를 추적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는 미래의 우발점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그리기 이전에, 이미 발생한 현행적 사건과 마주하는 실천적 물음에 들뢰즈가 보여주었던 ‘앎’을 대체하는 ‘믿음’의 태도를 조명하려는 것이다. 첫 번째 이념적 사건이 순수긍정의 어린 아이의 영혼에 담긴 윤리를 지시한다면, 두 번째 실존적 사건은 자신에게 덮쳐온 불운의 형상을 판단대상으로부터 판단주체로 역전시켜 사고를 사건화하는 부스케의 영혼에 담긴 삶에 대한 윤리를 지시한다. 나아가 마지막 세 번째 세계적 사건은 그러한 특정 사건이 전혀 다른 세계의 출현을 도모할 때, 그것을 적극적인 불-공가능성의 세계의 출현으로 만들어 내는 윤리를 담는다. 이로써 들뢰즈의 사건 개념은 다시 답해질 수 있다. 그것은 언제든 다시 던질 수 있는 영원회귀의 주사위 놀이이지만, 파스칼의 도박이기보다 언제나 니체적 주사위 놀이이고, 우리는 그로써 사건을 앎의 대상이 아닌 믿음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윤리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