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하나님, 곧 절대자, 우주의 중심이자 근본인 존재에 대한 정의, 절대 존재와 만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이 문제들은 중요한 철학적, 신학적 문제이다. 만물은 절대자이자 우주의 근본 참 생명인 존재로부터 파생하고 이 만물은 무로 끝난다는 우주론은 철학사, 신학사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으로 비판당하고 있다. 곧 모든 피조물, 만물은 무로 끝나기에 절대자인 하나님의 존재에 의존하고 있고, 그들을 우주의 중심 존재가 될 수 없다. 만물의 존재성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느냐 절대자인 존재에 파생되고 의존된 존재로 규정하느냐, 이 문제는 존재론적으로, 윤리학적으로 커다란 차이를 낳고 있다. 유영모는 동양사상과 기독교의 접합을 가온찌기 철학 등 여러 방식으로 시도해본 한국의 철학자이다. 그는 물질과 정신의 이원론적 구분을 전제로 하는 유대-기독교 사유를 극복하려는 동양적 기독교 사상을 시도한다. 그런데 유영모가 의식했건 안했건, 기독교와 동양사상의 접목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있다. 다석 사상이 동양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면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녀야 한다. 첫째, 절대자의 초월성보다는 내재성을 드러내야 한다. 둘째, 정신과 물질의 존재론적 이원성을 부정하고 일원론적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 다석 사상은 서구의 기독교 신학과 동양의 도가 사상이 만날 수 있는 지점과 충돌 지점을 잘 보여준다. 필자는 다석 사상 중 도가 사상의 영향이 보이는 부분들을 설명하고, 또 그 사상에서 드러나는 동양의 도가 사상적 사유와 기독교적 절대자관 사이의 충돌 지점, 불연속성 또한 철학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길희성 교수에 의하면, 그리스도교와 동양 사상은 창조의 원리에서부터 갈라진다. 동양 사상에는 일자와 다자, 신과 세계, 신과 인간은 서로 구분되지 않으며 이 둘 사이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일원론"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창조주 하느님과 피조물은 질적으로 차이를 가지는 존재이다. 그리스도교 신학은 신의 내재성과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존재론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재적 이원론에서 초월적 이원론의 스펙트럼을 가진 종교이다. 다석 사상의 핵심은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초월론적이기 보다는 내재적인 우주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석이 이루어낸 가장 독특한 면이며 다석의 우주론은 동양 사상 그 중에서도 도가 사상에 매우 가까이 있다. 득일의 철학, 절대자의 언어 불가분성, 만물의 내적 신성성 긍정 등에서 다석사상은 도가 사상과 연속선상에 있다. 그러나 다석의 인간론에서 인간의 몸, 물질성에 대한 부정은 그의 내재론적 사상과 불연속적이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나뿐, 그 중에서도 생각뿐이다”라는 발언은 육체, 물질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전통기독교의 창조주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격차, 혹은 존재론적 차이, 이에서 비롯되는 육체, 물질의 부정적 인식은 그의 사상에서 보이는 동양적 특성, 내재론적 특성과는 불연속적인 특성으로 남아 있다. 그의 사상 속에서 여전히 보이는 전통신학의 이원론적 사고의 흔적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도가 사상의 영향으로 보이는 내재성과 기독교의 이원론 사이의 불일치성. 이 두 가지 다른 생각이 다석 사상에서 어떻게 조화되고 있는가.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한 해석이 다석 사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