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문은 한국의 근현대사의 변혁기에 “正統과 異端의 辨證法”을 화두로 활동한 고촌선생의 학문적 세계를 살펴본 것이다. 선생의 고백대로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현실사회의 왜곡된 부조리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대학원 과정에서 하산선생을 사사하면서 동서철학의 비판적 학문방법론을 섭렵하고, 이에 기반하여 중국철학에서 이단사상가에 주목하였다. 이단은 정통에 대비되어 사회발전을 촉진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과거의 이단이 현재 혹은 미래의 이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과거의 정통이 현재와 미래에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고촌선생은 중국 고대의 정통과 이단의 변증법적 발전과정을 통해서 우리나라 현실 정치사회적 부조리를 비판하고 대안을 구하고자 하였다. 비록 그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본문에서 나열된 연구업적에 반영된 내용은 오늘날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高麗 이전의 문헌에서는 유가를 제외한 제자백가를 명시적으로 비판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麗末鮮初에 이르면 性理學의 수용과 함께 『孟子』에 보이는 闢異端論의 관점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 제자학에 대한 비판은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의 사상적 전환기에는 佛敎와 道敎에 대한 비판이 근본 문제였기 때문이다. 개괄적으로 조선조 지식인들의 제자학에 대한 이해 양상의 특징은 다른 이념이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도구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물론 제자학의 이념과 제자서의 사료적 가치를 긍정하고 원용한 학자들은 적지 않았다. 이상에서 보면 고촌선생의 제자학에 대한 열정과 축적된 연구 성과는 해방후 한국철학사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고촌선생이 정년 퇴임후 열정을 쏟은 고전 국역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경시된 제자학 분야였다. 고촌선생의 저술 내용과 국역서에 포함된 해제를 감안하면, 고촌의 비판적 학문 편력은 하산선생과 달리 儒家→道家→荀子(韓非)→墨家→王充이었을 것이다. 하산선생의 학문 편력이 西洋哲學→孔孟→墨家→莊子로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고촌선생은 道家에 그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중국철학에서 비판철학을 구체화시킨 것이 된다. 선생의 연구 작업이 지속되었더라면, 『노자』, 『장자』, 『論衡』이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되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금할 수 없으며 고촌의 비판적 학문방법론의 발전과 아울러 이에 대한 지속적 작업은 후학들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