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현대 감정철학에서 데카르트의 감정이론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감정이론과 함께 감정은 신체적 변화의 결과로서 발생할 뿐인, 어떤 인지적 요소도 갖지 않는 비인지주의(non-cognitivism)로 분류된다. 실제로 데카르트와 제임스는 감정이 신체적 변화에 대한 반응 혹은 신체적 변화에 대한 지각이라는 주장을 한다. 즉 신체의 변화가 먼저 있고 그 다음에 감정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신체가 우선하는(body first) 이론이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데카르트와 제임스의 감정이론이 가진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감정이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제임스의 감정이론에서 상황에 대한 ‘평가(appraisal)’는 감정의 요소가 아니지만, 반면 데카르트의 감정은 정신과 육체의 연합체의 안녕(well-being)에 도움이 되는 것과 해가 되는 것을 ‘지각(perceive)’ 혹은 ‘표상(represent)’하고 ‘평가’한다. 또한 데카르트의 감정은 우리 의지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동기적인(motivational) 힘’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통해서 데카르트는 현대 감정철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비인지주의자가 아니며, 데카르트의 감정은 인지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인지주의적인 요소는 인지주의자들이 말하는 평가적 판단(evaluative judgment)이 아니며, 오히려 프린츠(J. Prinz)가 주장하는 ‘체화된 평가 이론(embodied appraisal theory)’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