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인간학이나 자연지리학에 관한 칸트의 저작에서는 인종차별적 편견이 담긴 진술들이 종종 등장한다. 최근 들어 Eze와 Bernasconi를 비롯한 학자들은 그런 칸트의 인종차별적 진술들이 칸트의 비판철학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반성 없이 칸트의 비판철학만을 분리시켜 논의하는 것은 서구 중심적 인종차별주의를 은폐하고 강화시키는데 알게 모르게 일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칸트의 비판철학과 인종차별적 진술들이 분리 불가능하게 내재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Eze와 Bernasconi의 논변을 요약하고 상세히 논박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칸트의 인종 이론이 인종 분류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인종주의(racialism)를 함축하기는 하지만 인종 간의 위계적 질서를 주장하는 인종차별주의(racism)를 함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논증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칸트의 비판철학이 인종 분류의 가능성 뿐만 아니라 인간의 종적 통일성도 지지할 수 있으며, 따라서 칸트의 비판철학과 관련하여 인종 분류의 주장과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에 기반한 세계시민주의적 입장은 양립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결론에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트 연구와 관련하여 어떤 과제가 남는지 확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