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칸트가 『학부들의 다툼』의 제2절에서 제시한 윤리 역사적 예언에 대해 잠미토(John H. Zammito)가 제기하는 비판을 살펴보고, 그러한 비판에 대한 재비판을 시도한다. 『학부들의 다툼』의 제2절에서 칸트는 개인들 간의 임의적인 강제와 폭력, 법률적 다툼에서의 적대적 반목, 그리고 국가간의 파괴적인 전쟁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류가 적법하며 선한 공화적 헌정체제를 향해 진보해갈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리고 칸트는 자신의 그러한 윤리 역사적 예언이 “실천적 관점에서 추천할 만한 선의의 명제일 뿐 아니라, 모든 불신자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엄밀한 이론에서도 지지할 수 있는 명제”(7:88)라고 주장한다. 잠미토에 따르면, 해당 구절은 칸트가 자신의 윤리 역사적 예언을 이론적 지식의 형태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잠미토에 따르면 그러나 칸트가 그러한 이론적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학부들의 다툼』 제2절에서 제시된 윤리 역사적 예언은 명백한 실패이다. 잠미토의 비판에 반대하여 본 논문은, 칸트가 해당 절에서 윤리 역사적 예언을 이론적 지식의 형태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엄밀한 이론의 관점에서도 논박될 수 없으며 실천적 관심에서 지지할 수 있는 명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한다. 본 논문은 그러한 해석에 대한 논거를 『학부들의 다툼』 제2절, 『순수이성비판』의 이율배반론, 그리고 칸트의 다른 정치철학 문헌들에 의거하여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