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의 주요 논제들은 다음이다. 국가 또는 정치적 상태란 말의 힘과 말의 질서가 지배하는 상태이며, 개인들은 본질적으로 언어주체이다. 언어의 사용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차원의 삶, 즉 정치상태에 진입하며, 전혀 새로운 존재자로서 새로이 탄생하게 된다. 언어는 홉스가 통찰하였듯이 리바이어던 적인 존재 또는 신적인 존재이며, 인간의 정체성, 인간들 간의 관계, 인간을 규제하는 힘을 새로이 규정한다.국가나 정치적 상태의 언어의존성을 주목할 때, 우리는 순자의 정명론에 담긴 통찰을 재조명할 수 있다. 그의 정명론은 서구 전통의 정치관이나 언어관과 대조되면서 보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순자의 정명론에 따르면 언어적 질서가 국가 사회의 인륜적 기초이다. 그에 따르면 언어적 질서 이전에는 의미있는 존재자나 정치권력이 없으며, 역사나 문화를 준거로 하여 현자나 제왕이 이름을 제정할 때 비로서 이런 세계내의 존재자들이나 정치적 질서가 등장한다.언어는 사물들의 객관적 또는 사회적 모습을 만드는 사물의 척도이며, 사물을 대신하는 신표의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언어의 세계의 의사(擬似)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언어는 만물의 척도이며, 언어 진화의 과정에서 획득된 언어의 역사성과 총체성으로 하여 언어는 리바이어던적인 힘과 행위 규제력을 발휘함은 논한다. 국가 권력에 대한 언어적 해석을 취할 때, 국가 권력과 개인 간의 표면상의 갈등 역시 해소될 수 있음은 논한다. 이런 논의의 과정에서 신성한 언어와 세속적 언어를 구분하고, 언어와 정치권력이 세속화함에 따라 시민들이 언어주체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현대에 이르러 이런 언어주체들에 의해 다중지성이 출현하게 됨을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