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타자의 얼굴로부터 주체의 무한책임의 의무가 지워짐을 레비나스의 사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레비나스에게서, 얼굴과 책임은 그의 철학을 얘기하는 핵심 개념이다. 타자와 마주보고 관계를 맺을 때, 타자의 얼굴은 나를 불러 세우고 타자를 향한 무한 책임의 의미를 내게 제시한다. 왜냐하면, 그의 얼굴은 내게 비참, 가난 그리고 연약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타자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의 충만과 포만은 그의 고통에 의해 기소당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나는 타자의 삶에 대해, 그를 대신하기까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책임은 나보다 약한 자, 가난한 자, 나의 희생자의 얼굴뿐만 아니라 박해자의 얼굴에도 동일하게 미치는가? 레비나스는 고통스런 긍정적 답변을 내놓는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얼굴이라는 의미에서 이 얼굴들은 모두 같다. 그리고, 한없이 방대한 책임의 부담은 윤리에 의해 야기된 나의 행위를 방해하지 못한다. 레비나스가 말하는 책임은 무조건적이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타자를 위한 무조건적인 무한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레비나스의 무한책임에서 ‘끝’이 없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레비나스 사상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타자를 위한 마음 챙김을 준비하고 실천하는 윤리적 태도를 드높인다면, 타자에 대한 무한책임은 불가능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