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정치철학자 아이리스 영(Iris Young)은 사회구조적 부정의에 대해 행위자들이 책임을 갖고 개입하기 위해서는 그저 개인 행위자의 관점에서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구조적 관점에서 책임을 구상하는 모델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영은 이러한 책임 모델을 “사회적 연결 모델(social connection model)”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제기되는 책임의 형태인 ‘정치적 책임’은 (영이 “법적 책임(liability) 모델”이라고 명명하는) 기존의 개인적-원자론적인 책임과 크게 5가지 측면(책임의 고찰 방법, 대상, 방향, 주체, 실현방식)에서 대비된다.BR 본고에서 나는 사회적 연결 모델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으로 간주되는 미래지향적 책임과 과거지향적 책임 사이의 구분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영에 따르면, 기존의 도덕적 책임은 과거 행위에 대한 비난 혹은 처벌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부정의한 사회구조적 과정에 대해 이러한 비난중심적 접근은 유의미하지 않다. 따라서 정치적 책임은 과거의 개별 행위를 비난하거나 처벌하는 대신, 이 부정의한 상태를 개선하는 미래지향적 방향에 중점을 둔다.BR 영의 이 구분은 사회적 연결 모델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쟁지점이 되어 왔는데, 대표적으로 『정의를 위한 책임』 서문에서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책임의 두 방향성에 대한 구분이 유지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두 책임성은 서로 얽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를 개념적으로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난성이라는 요소를 책임에서 제거할 때,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책임은 매우 무력해진다는 반론이 제시된다. 우리는 누스바움의 비판 및 유사한 비판적 논의를 추가로 살펴본 뒤, 사회적 연결 모델을 방어하는 입장에서 이 비판들에 답변을 모색할 것이다. 이 답변은 구조적 과정 속에서 책임이 발생하는 근거와 의미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행위자들에게 정치적 책임이 어떻게 주어지는가를 해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