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초기 레비나스가 하이데거와 벌인 존재론적 논쟁의 쟁점과 의의를 밝히고자 한다. 이 논쟁은, 무엇보다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론적 정황성에 대한 두 가지 이해 사이의 대립으로서, 존재론적 차이(하이데거) 대 존재론적 분리(레비나스)의 대립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한 기존의 연구성과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체로 어떤 공통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는 문제의 존재론적 정황성이 연출되는 구체적인 장면을 그들이 추체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줄 단초를 우리는 정신분석에서 발견한다. 왜냐하면 존재론적 정황성의 문제를 두고 정신분석은 하이데거에 맞서 레비나스와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음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이 공동 전선의 지형도를 그려보면, 하이데거에 대한 레비나스 사유의 향배(向背)를 결정지은 문제의 구체적 장면을 목도하는 추체험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드러나는 바, 존재론적 차이는 아이의 심정을 망각한 어른의 철학이자 노예의 처지에 무심한 주인의 철학이다. 하이데거의 이러한 이중적 무경험(無經驗)을 반영하는 한에서, 존재론적 차이는 힘의 철학이다. 이에 상응하여 존재론적 차이는 철학적 차원에서 이중적 한계를 가진다. 그것은 존재 일반에 대한 기초 접근로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 일반을 배경으로 도래하는 존재자의 성립을 해명할 수 없다. 반면 레비나스의 존재론적 분리는 이 이중적 한계를 극복하는 존재론적 성찰을 제시한다. 이로부터 존재론적 차이는 존재론적 분리를 전제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