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최근에 전국 시대의 초 나라 지역에서 발굴된 텍스트는 ‘고대 중국 다시 쓰기’를 추동할 정도로 이 시기 지식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글은 이제까지 전래문헌을 중심으로 추출한 고대 중국 사상사의 서술에서 벗어나 종교적 의례를 위한 서주 시대 청동기 명문에서 전국 시대 초 나라 죽간에 이르기까지 유가 사상과 관계된 고고학적 텍스트를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초나라 지역의 지식인들이 과거의 종교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지역의 특수성에 기반한, 북쪽 중국과는 다른 유가 사상 전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거 주 나라의 조상숭배를 위한 의례에서 樂舞를 통하여 ‘威儀’로 드러난 덕은 초 나라 지역의 유가적 지식인들에 의하여 내면적 수양의 대상으로 전화하였다. 초 지역의 의례 전문가들(儒)은 이전 시대에 天과 조상에서 확인하여 전할 수 있었던 덕의 개념을 누구라도 수양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보편적 덕성의 개념으로 해석하였다. 주 나라의 이념과 통치가 붕괴된 시기에 과거 종교적 의례의 전통과는 별개로, 철저히 철학적 담론의 주제로서 인간 본성의 회복과 실현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맹자와는 달리, 초 나라 지역의 의례 전문가들은 의례 행위 그 자체를 도덕적 수양의 토대로 삼는 유가적 교육을 전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