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주역』을 연구하려면 가장 먼저 복서卜筮와 점占에 대한 탐색을 피할 수 없다. 복서에 기반한 『주역』은 동양철학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복서의 뿌리와 원형을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는 『주역』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복서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동양인의 정신세계를 포괄하는 사유의 모델인 동시에 행위의 규범이었다. 주역사에서 주자朱子(1130-1200)는 최정상의 학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다양한 학문의 집대성자답게 역학사상 역시 상수역象數易과 의리역義理易과 복서역卜筮易이라는 세 갈래의 관점을 하나로 통합하였다. 그렇다고 복서역만이 주자 역학의 전모는 아니다. 그의 역학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조명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주자의 역학사상 가운데 복서관을 중심으로 어떻게 상수론과 의리론을 통합하고 있는가의 문제를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주자의 역학을 성리학性理學의 입장에서 의리역학 혹은 상수역학의 관점에서만 다루어왔다. 주자가 『주역』의 출발과 본질이 복서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서역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체계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주자가 복서와 상수를 강조했더라도 도덕이 배제된 『주역』은 한갓 술수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주역』의 윤리설을 도입한다. 의리역은 하늘과 인간이 하나됨을 겨냥한다. 의리가 빠진 복서는 점치는 용도에 불과하고, 의리가 배제된 상수 역시 공허한 관념론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서에서 의리로, 또는 상수에서 의리로의 지향은 필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자는 복서의 논리를 중심으로 상수의 수학적 엄밀성을 도입하여 합리성을 보강했으며, 또한 이를 바탕으로 도덕의 세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주자는 복서를 넘어 윤리의 세계를 지향하여 주역관을 근거로 성리학을 정립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