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이돈화의 대표적 철학저작인 『신인철학(新人哲學)』을 중심으로 그의 노동 개념 및 사회관이 어떤 특징과 의의를 지니는지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돈화의 노동 개념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그가 기화(氣化)를 노동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인데, 이런 재해석으로부터 자연 또한 넓은 의미의 노동을 한다는 생각 또한 낳았다. 그의 이와 같은 노동 개념 중 동물도 넓은 의미의 노동을 한다는 생각은 마르크스에게서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자연 전체가 노동을 한다고 여겼다. 또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그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생명노동은 대상 파괴적 노동과 협동노동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되, 협동노동이 훨씬 더 근본적이라는 점을 논증했는데, 이는 최시형의 이천식천(以天食天)설을 재해석한 결과이다. 이렇게 기화를 노동으로 이해함으로써 그는 전통철학의 개념을 현대화했을 뿐 아니라, 자연 또한 넓은 의미의 노동을 한다고 하여 서구 근대의 노동 개념에 대한 협소한 이해를 넘어서려 했다. 이돈화는 『신인철학』에서 위와 같은 노동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성 자연 개념 및 사회관을 제시했다. 그런데 『신인철학』의 사람성 자연 개념과 초기 『개벽』 논설에서의 그것은 함의가 다르다. 『개벽』 논설에서 사람성 자연 개념은 주로 근대문명을 적극 긍정하는 전제 하에서, 인간 내면의 요구인 평등과 자유를 실현하려는 것을 뜻했다. 이와는 달리 『신인철학』에 이르러 이돈화는 이 개념으로 사회의 진보 조건이 인간의 노동, 자연의 에너지, 그리고 인간 이성임을 밝혔는데, 이러한 의미 전환으로 그는 동학이 본래 지녔던 민중성과 자연 친화성을 회복하려 했다. 또 이돈화는 인간사회가 진보한다고 믿으면서도, 사회가 자모(慈母)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회는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여겼다. 이 주장 역시 최시형의 어머니-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견해를 사회와 개인의 관계로 확대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사회가 기형적 발전을 해왔다는 인식 하에 이돈화는 불의에 저항하는 반항도덕을 중시했고, 인간이 자연과의 투쟁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인간의 적극적인 자연 개조도 긍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시형의 삼경(三敬)윤리를 재해석하면서 불의에 저항하는 가운데서도 경인(敬人)의 태도가 요구되고, 자연을 이용하는 동시 경물(敬物)의 태도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러한 견해는 인간의 불의에 대한 저항과 타인에 대한 경의(敬意)의 문제 및 인간의 자연 이용과 자연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문제에 대해 타당한 원칙을 간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