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국가』에서 플라톤이 여성에게 열어 놓은 철인통치자의 가능성을 그의 이상국가론 전체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이른바 ‘철인여왕’(philosopher-queen) 비전이 여성과 정치의 관계 및 여성 리더십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데 있다. 플라톤은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주장을 하필 ‘국가를 수호하고 경영하는 사안’과 관련하여 제기하는데, 이는 철인여왕에 대한 아이디어가 그의 이상국가론 및 이상국가의 정치와 연결시켜 이해해야 할 문제임을 말해준다. 이 연구는 ‘철인여왕’의 제안이 ‘철학적 지배’로서의 정치에 대한 구상과 연결되면서 누가 그런 이상적인 지배에 참여하는 정치 리더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플라톤의 생각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치 역할을 한다고 해석한다. 『국가』에서 ‘정치’는 여성이어서 혹은 남성이어서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아니며, 여성이든 남성이든 필요한 본성과 교육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비로소 참여할 자격이 생기는 일이다. 즉, 고대 아테네 민주정의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전개된 이상국가의 구상에 플라톤이 굳이 ‘철인여왕’의 아이디어를 포함시켰을 때, 그는 정치적 리더십이 ‘남성’이기에, ‘남성’으로서, ‘남성’만이 갖는 자격이나 능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와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워 아는 자들에게 따르는 사명이자 의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치적 결정에 참여하는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최대한 올바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을 받은 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오늘날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을 얻는다. 여성 리더십 논의의 초점은, ‘남성적’ 특성과는 다른, 그것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여성적’ 특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영역을 이해하고 장차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는 통찰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