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법ㆍ제도로부터 배제되었던 여성의 경험을 재조명하고 그 경험의 법적 관련성을 찾아냄으로써 법적인 의사결정을 재구성하는 맥락추론은 방법론상 의식향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던 여성들이 삶에 내재한 사회불평등을 인식하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존중하며 사회적으로는 권한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의식향상은 여성의 역량강화와 연결된다. 결국 맥락추론은 여성의역량강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 맥락추론을 통한 역량강화는 개인의역량강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역량강화를 의미한다. 맥락추론을 통하여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그동안 익숙하게 여겼었던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그 경험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함으로써 법제도에 대한 일반시민의 의식변화를 유도하고 나아가 법제도의 변화까지도 (...) 가능하게 된다. 맥락추론을 통한 역량강화의 예를 국내외 판결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shrink)

보조생식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모라는 주체와 자궁이라는 몸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개념이 아니다. 이것은 특히 대리모 출산에서 법률상 모를 결정하는 경우에 잘 드러난다. 그런데 법학계나 여성계나 대리모를 분석함에 있어서 자녀양육과 연결된 기존의 모성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푸코의 이론은 현대 과학기술 진보에 따른 모(母) 개념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푸코는 공간을 주체형성의 인식론적 조건으로 분석한다. 또한 푸코의 주체화 양식의 역사는 생체-권력bio-power으로 지칭되는 헤테로토피아적인 식민 공간에 새겨진 역사(권력의 공간화 역사)와 관련된다. 이를 대리모에 적용하면, 대리모의 자궁은 헤테로토피아로서 대리모를 형성하는 인식론적 조건이다. 푸코가 (...)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한 것처럼 대리모도 기존의 범주를 해체함으로써 자신의 자궁을 통해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대리모의 자궁은 푸코 자신의 몸처럼 하나의 실재하는 공간이다. 또한 종의 생명을 규율하는 생체-권력에 의해 대리모의 자궁이 어떻게 파편화되고 점유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대리모 자궁에서의 섹스는 억압받거나 욕망이라기보다 생명의 관리를 위해 작동하는, 생명을 위해 활용되는 기제이다. 헤테로토피아로서의 자궁을 지닌 대리모는 생체-권력의 작동에 따라 자(子)의 완전한 모(母)이면서도 완전한 모(母)가 아니다. 대리모의 자궁은 법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결부된 생체-권력에 의해 규격화된다. 대리모는 그러한 규격의 작동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이미 소멸된 이질적인 공간에서 법적인 주체를 동질적으로 결정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shrink)

아이리스 영은 개인의 책임을 넘어선 정치적 책임을 주장하면서 법적인 책임 모델과 사회적 연결 모델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은 실증주의 법개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의 정당성까지를 고려하는 비실증주의 법개념론은 사회적 연결 모델과 유사하다. 비실증주의 관점의 확장된 법개념은 여성문제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고 법판단에서의 젠더정의를 실현하는 데 적합하다. 이 글은 위안부와 같은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이리스 영이 전제하고 있는 법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비실증주의 법개념론의 입장에서 사회적 연결 모델을 바탕으로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