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분석철학은 오랫동안 철학사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분석철학자들은 종종 철학사를 경멸하거나 무시한다. 분석철학자들은 흔히 철학과 철학사를 구별하고, 진정한 철학을 하는 데에는 철학사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철학사가 관점에서 볼 때 분석철학은 철학사에 종속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분석철학은 그 자체가 역사적 전통인데, 이 전통은 그저 어쩌다 지금 지배적 전통이 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철학사가 관점에서 보면, 분석철학도 철학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BR 이 논문은 분석철학과 철학사의 이른바 이러한 긴장이 가짜임을 밝히고, 철학사가 분석철학을 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수 있으며, 분석철학도 철학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전에 역사배격증이라는 비난을 초래한 분석철학의 일반적 분위기를 살피고, 역사배격의 근거로 작용한 논증들을 살핀다. 그런 다음 철학과 철학사의 관계에 대한 역사주의자들의 견해를 소개하는데, 글로크(H.-J. Glock)에 따르면, 이 역사주의는 세 가지 유형, 즉 본래적 역사주의, 도구적 역사주의, 약한 역사주의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글로크는 본래적 역사주의와 도구적 역사주의를 거부하고, 약한 역사주의를 제시한다. 필자는 본래적 역사주의와 도구적 역사주의에 대한 글로크의 비판을 승인하지만, 그의 약한 역사주의 보다는 좀 더 강한 형태의 역사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실제적 차원에서 철학을 하는 데 철학사가 반드시 필요하며, 분석철학과 철학사의 관계도 대립이나 긴장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