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목적은 니체의 도덕철학에 대한 비도덕주의적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 있다. 비도덕주의는 기본적으로 도덕에 반대하는 니체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비도덕주의는 도덕을 부정적 가치나 극복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도덕주의는 니체가 도덕적 가치와는 다른 미적 가치, 또는 도덕과는 다른 윤리적 삶의 형식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무도덕주의와 다르다. 한마디로 비도덕주의적 입장은 니체가 도덕은 거부하면서도 도덕과는 다른 대안적 시각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 평가적 기획에는 메타윤리적 질문이 동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도덕주의가 지지하는 니체의 대안적 가치가 그가 거부하는 도덕적 가치에 비해 어떤 특권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글에서 필자는 비도덕주의가 니체의 대안적 시각의 규범적 정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위해 필자는 먼저 그것이 제안하는 대안적 시각의 성격에 따라 비도덕주의를 ‘미학적’ 입장과 ‘윤리적’ 입장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각 입장의 의의와 한계를 검토한다. 그 결과 니체에 대한 비도덕주의적 해석이 다원화된 새로운 문화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적이고 윤리적인 대안적 실존의 가능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니체의 도덕철학에 담긴 대안적 시각을 규범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그 한계가 비도덕주의적 입장이 여전히 ‘좋은 것의 정초’라는 전통 윤리학의 기본가정에 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필자는 비도덕주의가 도덕적 가치 대신 니체의 대안적 가치를 정초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한계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그 한계가 니체의 도덕철학을 비도덕주의가 아닌 도덕적 자연주의로 이해함으로써 보완될 수 있고, 그 전환의 의미는 니체의 도덕적 자연주의를 ‘정초의 윤리학’이 아닌 ‘금지의 윤리학’으로 파악함으로써 더 잘 해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