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헤겔의 실천철학에서 사랑의 역할과 위상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사랑이 실천철학의 원리로 정초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청년 헤겔은 종교와 도덕의 실정성에 의해 초래된 이성과 감성, 주관과 객관, 특수성과 보편성 등의 분리와 대립을 극복하고 총제적인 인간의 삶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철학의 원리로서 ‘사랑’을 제시한다. 그런데 헤겔은 프랑크푸르트 시기의 후반부를 지나 예나 시기에 이르면서 사랑이 갖는 주관성의 한계를 성찰함으로써 실천철학의 원리로서 사랑을 포기한다. 헤겔은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 실천철학의 원리로서 인정을 제시하면서 사랑을 인륜성이라는 상호인정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축소시킨다. 이와 같이 헤겔의 실천철학에서 사랑이 더 이상 원리적 차원에서 고찰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사랑의 의미와 가치마저 상실된 것으로 해석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사랑은 더 구체적인 삶의 관계 속에서 인륜적 사랑으로 심화되고 완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이 도덕성에서 인륜성으로 이동하는 첫 단계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사랑의 역할과 가치를 평가 절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 헤겔이 사랑의 원리적 내용으로 파악했던 사랑의 자기지양과 자기희생이 정신의 자기지양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청년 헤겔이 사랑을 통해 지향한 원리적 내용은 헤겔 실천철학의 전체 구조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