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수치심은 우리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슬픔의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 부족함을 반성하고 고치도록 우리 자신을 이끄는 감정일 수도 있다. 본 논문은 수치심의 이러한 양가성을 흥미롭게 보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맹자와 누스바움의 수치심 개념을 적극 참조하고자 한다. 누스바움에 따르면, 수치심은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에 따라 사회의 특정한 사람들을 낙인찍는 데 활용되는 감정이다. 따라서 수치심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신뢰하기 어려운 감정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누스바움에 따르면, 인간이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은 곧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처럼 완전해지기를 바라는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이와 달리 맹자는 수치심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심성으로서 타인의 고통을 차마 지켜보기 힘들어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은 수치심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인간의 도리를 성실하게 지키고자 노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수치심은 인간성을 반영하는 감정이자 동시에 인간다움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감정이다. 누스바움과 맹자가 수치심에 대해 매우 다른 의견을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누스바움이 지적한 ‘생산적인 수치심’은 맹자의 수치심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 점에서 양쪽의 소통가능성이 발견될 수 있다. 누스바움은 생산적인 수치심이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기 위해 도덕적인 가치를 지향함으로써 나르시시즘적 경향성을 차단하고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는 맹자의 수치심 개념이 누스바움의 이러한 전제와 결코 충동하지 않으며, 바로 그 점에서 두 철학자의 견해가 양립할 수 있는 공통지대가 발견된다고 본다. 우리는 먼저 누스바움과 맹자의 수치심 개념을 살펴본 후 양자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볼 것이다. 그런 후에 두 철학자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점을 살펴보면서 그들 견해의 접목가능성을 논하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수치심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인간다움을 향한 우리의 내적 성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