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치심 문제를 사르트르의 수치심 개념을 중심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코로나19가 초래한 펜데믹 상황이 현대인들의 서로를 향한 시선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사르트르의 시선과 수치심 개념을 살펴본 후, 그에 착안하여 펜데믹 상황에서 타자의 시선이 가지는 의미의 변화가 현대인들의 수치심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 볼 것이다. 수치심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첫째, 사르트르가 말한 ‘내가 보이고 있다’는 자기의식에서 오는 구조적 수치심은 이제 ‘내가 잠재적 코로나19 감염자로 보이고 있다’는 자기의식에 따른 수치심으로 그 의미가 넓혀지게 되었다. 나를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이 실제로 그러하든, 아니면 그의 시선에 대해 내가 그렇게 느끼든, 이제는 내가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잠재적 코로나19 감염자’로서의 수치심은 수시로 내 안에서 발현된다. 둘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확진자를 향한 사회적 시선은 감염되기까지의 개개인의 사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진자의 수치심을 유발한다. 우연적인 코로나19 확진의 사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회분위기에서 코로나19 확진은 오직 개인의 부주의로만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확진자’는 명백히 개인의 부주의로 확진된 ‘운반자-확진자’들과 똑같은 무리 안에서 숫자로 환산되어 버리는 부조리한 현실에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본 논문은 이러한 두 가지 논점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잠재적 코로나19 감염자’라 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서로를 ‘혐오의 대상’이 아닌 ‘위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