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우리는 메를로-퐁티의 신체의 현상학에서 나타난 ‘신체 도식’과 환상지(幻想肢) 현상을 검토한 다음에, 라캉의 정신 분석학적 관점을 택하여 거식증을 분석하고자 한다. 라캉에 의하면, 거식증은 상상계의 거울 이미지가 왜곡되어 생기는 정신적 질병이다. 거울 이미지는 생후 약 6개월과 18개월 사이의 유아에게 나타나는데, 이때 아이가 실제로 체험하는 파편적인 신체 이미지와 달리, 거울 이미지는 신체를 통합된 전체로 비쳐준다. 이러한 신체 이미지와 거울 이미지 간의 대립이 거식증을 야기한다. 그리고 아이의 신체 이미지를 부정하고 거울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의 태도가 아이의 체험된 신체의 필요를 깨닫지 못하게 하여 거식증을 유발한다. 이와 함께 거식증 환자의 가족 안에서 아버지의 기능은 약하게 작용하여 아이를 어머니로부터 분리시키지 못한다. 거식증의 병인을 아버지의 기능의 약화와 어머니의 돌봄의 방식에서 찾는 라캉의 분석은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