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모리스 메를로-퐁티 윤리학의 비극적 특성을 밝히는 것이다. 철학함에 있어 경험의 장을 떠나지 않는 메를로-퐁티는 끊임없이 추상적 도덕성을 비판하고 도덕성이란 실천의 장에서만 가능함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실천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도덕성이란 어떤 모습인가. 메를로-퐁티에게서 주체는 사유 주체가 아닌 신체 주체이다. 신체 주체는 상호주체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도덕적 주체이다. 도덕적 주체는 상호이익을 생각해야 하지만, 나와 타인의 관계가 언제나 도덕적인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비도덕적인 것도 아니다. 도덕적 주체로서의 신체 주체는 타자를 사랑하되 그 사랑은 차별적이며, 또한 의도하지 않은 폭력을 행하기도 한다. 메를로-퐁티적인 도덕성, 즉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도덕성이란 결국 타자에 대한 염려(혹은 사랑)와 타자에 대한 폭력 모두를, 경우에 따라서는 동시에,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메를로-퐁티가 드러내 보이고자 했던 ‘비극적’이지만 비로소 유일하게 ‘진정한’ 윤리학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