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의 목적은 중도적 관점에서 초기·상좌부 불교의 식문화를 고찰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중도(中道)는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범행(梵行, brahma-cariya)을 닦는 방식이다. 붓다는 첫 설법에서 다섯 비구들에게 중도를 설하여 감각적 쾌락과 고행이라는 두 극단을 따르지 않고 깨달음을 얻도록 했다. 똑같은 이치가 음식에도 적용된다. 붓다는 두 가지 극단적 식사법인 과식과 단식을 각각 감각적 쾌락과 고행으로 간주하여 비판하였다. 마찬가지로 붓다는 출가자들에게 육식을 특별히 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채식을 하더라도 음식에 갈애(taṇhā)를 일으키면 육식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채식 그 자체가 영적인 청정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는 것은 ‘계금취(戒禁取)’의 한 예이며 ‘음식을 통한 청정’이라는 그릇된 견해일 뿐이다. 마음챙김(念, sati)과 올바른 주의(如理作意) 없이 음식을 먹으면 무엇을 먹든지 갈애가 일어난다. 붓다가 호불호(好不好)의 감정 없이 몸을 유지시키는 자양분으로만 음식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대로,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를 더 중요하다. 상좌부 아비담마에 따르면, 음식은 소조색(所造色)에 해당한다. 이는 음식 그 자체는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가치중립적인 무기(無記)임을 말해준다. ‘마음챙김 식사’를 통한‘음식의 적당량을 알기’는 붓다가 칭찬하고 권장한 것으로, 그 자체가 수행(bhāvanā)이자 건강을 증진하는 습관이다. 그래서 초기·상좌부 불교의 식문화는 건강이라는 세간의 행복과 열반이라는 출세간의 성취를 이루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