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후설은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이라는 이념을 추구하면서 상대주의를 극복하고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의 성립 가능성을 탐구한 철학자로 잘알려져 있다. 그러나 후설의 철학을 잘 들여다보면 후설은 이념적 영역에서는 절대적 진리의 이념을 끝까지 고수하지만, 경험적 사실의 영역에서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거의 모든 인식이 관점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충실히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코 ‘무엇이든 된다’는 무제약적 상대주의를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후설 현상학이 제시하는 지각 경험의 구조는 인식상대성의 가능성을 설명해주면서도 인식 상대성이 무제약적으로 발생할 수는 없게 하는 제약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제약은 생활세계의 본질구조에서도 발견된다. 이런 점에서 후설의 현상학은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온건한 상대주의 내지 완화된 상대주의라는 제3지대를 모색하려는 현대철학의 경향을 선도하고 있는 철학으로 해석될 수 있다. 후설 현상학이 추구하는 이념적 영역의 절대적 진리와 후설 현상학이 인정하는 사실적 영역의 상대적 진리는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진리의 이중적 측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