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피에르 샤롱은 몽테뉴의 새로운 피론주의를 계승한 피론주의자다. 하지만 그는 피론주의자들에게 금기의 대상이었던 신아카데미 학파의 회의주의를 수용함으로써, 전통적인 피론주의자였던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와 새로운 피론주의자였던 몽테뉴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형태의 회의주의를 선보였다. 그의 『지혜에 관하여』에는 신아카데미 학파의 다양한 흔적들이 존재하는데, 필자는 이것을 다음 3가지 측면에서 고찰하였다.BR 첫째로, P. 샤롱은 몽테뉴의 『수상록』에 흩어져 있던 도덕철학적 논의들 중 의미 있는 것들을 가려 뽑아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지혜의 안내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혜에 관하여』였다. 그의 이러한 작업의 배경에는 현세의 삶의 영역에 있어 실천의 문제를 강조하였던 신아카데미 학파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다.BR 둘째로, P. 샤롱은 무지를 고백하였던 소크라테스를 최초의 회의주의자로 이해하였는데, 그의 이러한 이해의 배경에는 소크라테스를 이상적인 회의주의자의 모델로 간주하였던 신아카데미 학파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그는 탐구보다 무지에 대한 고백을 더 강조함으로써, 무지에 대한 고백보다 탐구를 더 강조하였던 몽테뉴와는 다른 길을 갔다.BR 셋째로, P. 샤롱은 ‘오류가능성을 지닌 현자’라는 개념을 강조하였는데, 이것은 그가 신아카데미 학파의 영향 하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스토아 학파가 현자의 오류불가능성을 주장한 데 반해, 신아카데미 학파는 현자의 오류성, 즉 현자도 상황에 따라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그는 신아카데미 학파의 현자관을 수용함으로써, 근대 회의주의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였다.BR 결론적으로, P. 샤롱은 몽테뉴를 따라 신앙주의자이면서 회의주의자였다. 하지만 그는 몽테뉴의 신앙주의를 외재화시키고, 그의 회의주의를 신아카데미 학파의 회의주의와 융합시킴으로써, 몽테뉴와 차별화되는 그만의 새로운 회의주의를 선보였다. 그의 새로운 회의주의로 인하여, 16후반-17세기 초반 서구 회의주의의 지평은 더욱 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