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목적은 칸트철학에서 다원주의가 가능함을 탐구하려는 것이다. 다원주의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칸트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서 칸트를 현대화하는 것이다.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은 칸트적 이성의 기획은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실패했으므로 새로운 형태로 복원되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하버마스 등은 다원성을 억압하지 않는 이성의 기획을 모색하고, 그 중심에 칸트철학이 있다. 이러한 모색은 차이를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서로가 하나일 수 있는 공통적 토대를 칸트철학에서 찾음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칸트는 다원주의자는 에고이스트와 달리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필자가 칸트철학에서 찾은 다원주의적 사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인간의 이성은 언제나 오류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 둘째, 인간은 수단적 존재가 아닌 목적적 존재이므로 타자를 존엄한 존재로서 관용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보편적인 동의를 요구하는 공동체적 판단으로서의 공통감이다. 공통감은 이질적인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타자를 인정하고 배제하지 않는 관계를 갖게 해준다. 공통감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설득적이어서 타인과 생각을 공유하면서도 자신의 자율성 또한 잃지 않게 해준다. 이러한 생각들은 칸트철학 안에서 다원주의가 가능함을 충분히 입증해 주며, 따라서 칸트는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