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흔히 법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법은 정의보다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법실증주의의 물결 속에서 이렇게 목적이 전치(轉置)된 법은 공동의 이익이나 정의보다는강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글에서 논자는 현대 법 개념에서 공동선이라는 목적이 간과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법 개념에서공동선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제2절에서는 라드브루흐를 따라 현대 법의 이념이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이라는 세 목적에 이바지하고 그 중 정의는 법의 형식만을 규정하고 내용에 있어 합목적성은 방법, 법적 안정성은 주체의 측면을 담당한다는 점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 세 목적 간의 우선순위에 있어 법적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여 법의 현실성과 실정성이 공공의 복리보다 더중요하다는 법실증주의에 편중되어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3절에서는 ‘공동선을 위해 공동체를 책임지는 자가 공포한 이성의 명령’ 이라는 아퀴나스 법 개념을 목적인, 형상인, 작용인으로 분석하고그 안에 자연법적인 요소 뿐 아니라 실정법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법의 본질(형상인)과 주체(작용인)도 법의 목적(공동선)을 충족해야 성립할 수 있다는 점과개인의 이익과 민주주의, 면책특권의 필요조건이 공동선이라는 사실도 지적한다. 제4절에서는 아퀴나스의 공동선 개념이 현대 법 개념이 노정하는 자연법주의/실정법주의 간의 대립을 해소하고 자기애와 공동체의 이익 간의 조화의 단초를 제공하며 존재와 가치의영역의 괴리를 메워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