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노자철학의 본질이 정치사상과 모성적 돌봄의 두 가지 특질에 있다고 보고 노자의 정치철학을 분석해 본 것이다. 노자는 뚜렷한 계층적 입장과 관점을 가지고, 정치와 체제에 대한 아나키즘적 비판을 자신만의 진보적 견해와 함께 주장하고 있다. 인민의 희망을 대변하는 그의 정치적 대안과 주장은 모성적 상징을 통해 기술되고 있다. 노자의 정치철학에서 특징적인 것은 정치사상의 주체와 대상, 요구자와 행위자의 분리이다. 일반적으로 고대의 정치사상은 통치자의 관점에서 국가와 인민을 정치 대상으로 해서 기술되었다. 그런데 노자의 철학에서는 통치자를 체제의 지배자이자 주체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피지배계층이 정치사상의 주체가 되어 통치자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정치사상을 주장하고 실행하기를 요구한다. 『노자』는 그 사상의 입안자와 정치의 목적을 모두 인민에게 두고 있는 인민 주체의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정치철학서이다. 노자의 민주적 정치철학은 통치자의 무위(無爲)와 인민의 자연(自然)으로 결론 내리게 된다. 무위와 자연으로 개념화되는 노자의 정치철학은 모성적 정치를 통해서 구현된다. 노자는 세상이 혼란한 원인을 남성적 권력과 질서에 있다고 보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모성의 정치를 요구하였다. 모성은 남녀의 대립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감싸면서 넘어서는 공동체적 일체화와 헌신적 돌봄을 지향한다. 그의 책 속에 보이는 여성적 상징은 사실 여성성이라기보다는 모성성이다. 모성적 상징들은 자연적 생명의 생산과 일체적 관계에서의 돌봄을 은유하는 것이다. 노자는 인민의 입장에서 죽음을 강요하는 패권과 배타적인 가부장적 도덕 정치를 모두 비판하였다. 그는 죽음으로 인민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 개인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규율이 아니라 어머니와 같은 헌신적인 돌봄이 실현되는 정치적 이상을 제시하였다. 노자의 모성의 정치는 권력적 지배 구조를 부정하고 규범의 강요를 거부하는, 급진적인 아나키즘과 해체의 사유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