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깨달음 직후 붓다의 내적 사유로 연기설이 배대된 원인을 비교적 이른 전승에 속하는 상윳따 니까야 인연상응을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 텍스트에서 연기라는 주제로 묶여진 경전은 모두 93개이다. 다시 이것을 갈애, 식과 명색, 무명, 행들이라는 4가지의 기준으로 분류한 것은 다양한 연기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해탈도의 특징을 찾기 위해서이다. 이 분류에 따르면 연기설의 모든 유형은 재생의 관념을 내포하고 있으며 반야에 의한 통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바른 삼매에 의한 해탈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기설에서 반야에 의한 통찰은 고통을 소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구체적으로 고통이 일어나는 원인들을 재생으로 이끄는 직접적인 원인까지 소급하여 분석한 다음, 그 정점에 놓인 원인의 철저한 이욕과 소멸로부터 거기에서 파생된 결과를 하나씩 소멸하는 과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노사라는 고통에 직면한 자의 문제 제기(여리작의나 숙고) 및 그 인과관계를 반야에 의해 통찰하는 과정으로 설명되기도 하며, 노사~행들까지의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4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분명하게 아는 차제에서 그 근간을 이루기도 한다. 한마디로 연기설은 반야에 의한 통찰의 다양한 실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더욱이 반야에 의한 무명의 제거가 불교 해탈도의 중심을 이루는 내용임을 감안할 때, 그 사실여부를 떠나 율장편찬자들이 12연기설을 깨달음 직후에 배대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