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오늘날 자유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이자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 는가라는 질문과 그 답을 로티적 자유주의 사회, 문화, 시민에 대한 성찰에서 구하고자 한 다. 로티적 논변의 논리적 구조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자유주의적 자아론을 인정한다면, 자유주의적 사회를 정당화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공동체주의적 자아론을 긍정한다면, 자유주의적 사회를 거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전자를 인정하거나 후자를 긍정한다. 따 라서 우리는 자유주의 사회를 정당화하거나 거부해야 한다.’ 로티는 이 모순되는 결론을 피하기 위해서 딜레마의 양 뿔 사이를 피해 가는 논변을 제시한다. 자유주의자와 공동체주 의자는 모두 철학적 자아론으로부터 사회론을 정당화하거나 부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 만, 로티는 그 가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회론은 현실의 구체적 제도와 문화에 대한 역사적이고 사회학적 서술로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자유주의 사회를 특정 자아론에 의해 정당화하거나 부정하는 결론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자유주의 사회의 제도 와 문화 및 구체적 시민에 대해서 개선된 모습을 희망적으로 제안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 다. 이것이 로티적 결론이다. 로티는 개선된 자유주의 사회, 문화, 시민의 유토피아적 모습을 제안한다. 이상적인 자 유주의 사회는 ‘정치적·문화적 자유’가 사회의 유일한 목표이고, 이상적인 자유주의 문화 는 과학적 문화가 아니라 시적 문화이며, 이상적인 자유주의 시민은 타인과 함께 할 수 없 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적 욕망을 추구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대담한 시인이자 이 론적 아이러니스트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책임감을 느끼면서 함께 공감하고 연대 하는 실천적 자유주의자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적 욕망과 공적 책임의 문제가 상충할 때 로티는 공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이론)에 대한 민주주의(실천)의 우선성’을 주장한다. 사적 자아 완성을 추구하는 이론적 욕망과 공적 연대를 확대하기 위한 실천적 책임은 한 인간의 서로 다른 관심 방향이기 때문에 서로 충돌할 필요가 없지만, 간 혹 특정 시점이나 환경에서 한 인간의 삶에 동시에 요구될 때 우리는 사적 완성이 아니라 공적 실천과 책임을 우선하자는 게 로티의 제안이자 권유이다. 자유주의 사회의 시민성에 대한 로티적 성찰은 우리 사회의 제도와 구성원의 행위에 관 한 성찰로 이어진다. 로티에게서 한 사회의 도덕적 진보는 잔인성을 감소하려는 제도와 관 행 들에 의해 측정된다. 한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과거보다 제도적으로 덜 잔인해지거나 구 성원들이 서로에게 덜 잔인하게 행동할 때 그 사회의 도덕적 진보는 그만큼 달성된다. 마 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시민들에게 가하는 공권력의 폭력이 더 잘 통제되는 ‘법치’가 잘 작동해야 하고, 더불어 개인의 양심과 사상과 언론의 자유 등 정치적 자유가 잘 실현되어야 한다. 나아가 개인적 신념이나 집단 적 신념의 차이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는 정치적 행위 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 대신 더 크고 넓은 ‘우리-지향’을 향해 서로를 연대하고 함께 할 시민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