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환경재난이 위기로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은 중요한 생태적 함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피노자에게 자연은 하나의 실체로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신이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보전하려는 경향성으로서 코나투스(conatus)를 갖고 있는데, 이것에 부응하는 것이 옳으며, 이성은 다른 존재도 자기 보전의 덕을 쌓는 것을 허용한다. 결국 인간을 비롯한 모든 자연적 존재는 함께 신의 완전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생태주의 관점에서 보면, 스피노자의 범신론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에 대해 신비감을 갖고 존중을 하도록 인도한다. 그에게서 보이는 덕의 민주주의를 수용할 경우, 자연의 내재적 가치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스피노자의 사상은 생태주의 진영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심층 생태주의는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드러내는 자기실현과 생물권 평등주의를 주창했는데, 그 이면에 스피노자의 철학이 짙게 배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본 논문에서 스피노자 철학의 특성을 밝히면서, 그것이 생태주의 진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다만 스피노자의 영향을 강렬하게 받은 심층 생태주의가 자연 중심의 일원적 전체론을 수용함으로써 특정한 곤경, 즉 반인도주의에 빠지게 됨을 간략히 제시한다. 이에 필자는 스피노자의 철학이 현실 구제의 생태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디딤돌의 역할을 할 뿐이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