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번 연구는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과 페미니즘의 소통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기획의 일환으로서, 레비나스에 대한 페미니즘의 이해와 오해를 명확히 밝히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레비나스에 대한 페미니즘의 관심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당신도 알겠지만, 페미니스트들은 자주 나를 공격했다”고 그 스스로 술회했을 정도이니, 그 비판은 광범위한 것이었고 이 점을 레비나스 또한 알고 있었다. 과연 이런 비판은 얼마나 타당한가? 페미니즘의 비판은 『시간과 타자』와 『전체성과 무한: 외재성에 대한 에세이』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역할이나, 여성의 특성을 언급할 때 사용하는 그의 언어들이 가진 함의에 초점이 가 있다. 본 연구는 페미니스트들이 문제로 삼은 레비나스의 논의를 그 의도와 맥락에 실질적으로 부합하는 방식으로 분석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러한 분석의 핵심은 레비나스에서 여성(여성적인 것)이 어떤 의도로 사유되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 있다. 또 우리는 레비나스 비판가들의 견해 및 그 비판의 적합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이 갖는 여성주의적 의의와 한계를 살펴볼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타자 철학과 페미니즘 간의 대화 가능성을, 더 구체적으로는 타자 철학이 페미니즘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이고, 페미니즘이 타자 철학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인지를 따져볼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이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제기된 비판적 성격을 띤 것이라면, 본 연구는 그러한 질문과 비판에 대한 뒤늦은 답변이자 나름의 재반박이라 읽혀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