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로마 공화정 이래, 인민(populus)은 정치 공동체의 전체이면서 동시에 부분인 어떤 집합을 나타낸다. 현대 민주주의에서도 인민은 민주주의의 주체로서의 다수 대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동시에 국가 내에서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 국민 전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민 개념의 다층성과 모호성으로 인해, 다양한 인민주권의 구호들이 상이한 맥락에서 등장하여, 서로 대립하는 정치세력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양가적이고 모호한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민 개념 역시 이러한 모호함으로 인해 의미를 상실한 개념이라고 진단해야 하는가?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인 인민주권 이념이 사라진다면, 민주주의는 더 이상 인민의 주체적 참여 속에 구성되는 정치적 권력이라는 관점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본 논문은 인민주권이 보여주는 역설들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역설들 속에서도 결국 ‘미완의’, ‘도래할’ 인민주권 개념이 현대 민주주의의 사유에서 포기될 수 없는 것임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인민주권 개념의 역사적 기원을 설명하고, 인민주권이 처한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에 대한 지적들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인민주권을 그것이 처한 역설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제시하기 위해 라클라우, 발리바르, 버틀러의 관점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