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맹자의 ‘行其所無事’ 원칙 및 그것의 性論으로의 관철이라는 문제에 대한 생태 철학적 시각에서의 탐구이다. 춘추전국시대 노동양식의 변혁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자연관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 시기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으나, 자연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이러한 인류의 진보는 자연의 자기희생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역설에 직면하여 도가가 자연성을 보존할 것을 주장하고 묵가가 기술적 해방에 적극적으로 찬동한데 반해, 맹자는 이 두 가지 관점을 종합하려고 했으니, 양주와 묵자에 대한 비판을 통해 그는 ‘行其所無事’의 원칙을 정립하게 되었다.‘行其所無事’는 대상 파괴적 인식과 실천을 부정하는 동시에 대상의 본성을 따라가는 인식과 실천을 긍정하는 무위와 유위의 변증적 통일의 원칙이다. 맹자가 이러한 종합적 원칙을 제시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백성의 농업생산에 관심을 가진 士 계층을 대변하는 사상가였다는 데 있으니, 이로부터 ‘行其所無事’란 농사 자체가 지닌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농업 문화적 사유방식의 전형임을 알 수 있다. ‘行其所無事’의 원칙은 맹자의 성론에도 철저히 관철되어 있다. 즉 인성 문제를 다룰 때 맹자는 물, 나무, 농작물과 같은 비유를 자주 쓰는데, 그것들이 지닌 생명성 및 생장, 성숙에 관한 묘사는 ‘行其所無事’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현대 서양의 생태철학은 ‘자연의 내적 가치’라는 관념의 인식론적 근거와 관련된 논의에 머물고 있어서 주객 이분법적 사유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생태철학의 현실을 감안할 때, 맹자의 “行其所無事”는 생태 문명의 구축에 있어서 인식과 실천의 근본적 원칙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 밖에도 현대유가철학에서 仁의 보편성이 보다 강화된다면 이른바 ‘측은지심’의 윤리학 역시 현대생태윤리학을 구성하는 귀한 정신적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