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유학 사상을 신분차별, 정절, 복잡한 예의제도 등 비민주적이고 차별적인 소통이라고 간주하게 된 배경이 주희의 리 중심의 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공자 유학과 주희 유학을 구분함으로써 공자의 열린 유학을 바르게 알고, 공자 유학의 소통 가능성의 길을 여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공자의 유학을 주희의 유학으로부터 차별화시킨 다음, 공자의 유학이 주희의 리 중심의 절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유학과는 달리 개방적이고, 반형이상학적이며, 비고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유학이 현재적 소통담론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세계와 인간 해석에 법칙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본질주의나 토대주의를 거부하는 반표상주의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셋째, 이성을 도구적 이성으로만 보지 말고 의사소통적 이성을 긍정하고 이를 통해 대화와 타협 그리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희 이후의 신유학은 대부분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법칙을 통해 세계와 인간을 해석하려는 경향과 도덕을 본래적이라고 보는 경향 때문에 소통부재 현상을 초래했다. 그동안 대다수 유학 해석자들 또한 유학을 공자에서부터 주희에 이르기까지 단일한 층위에서 발전해 왔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주희의 리 중심의 유학은 공자의 열린 유학과는 크게 다르다. 공자의 열린 유학은 고정적, 절대적 법칙으로 세계와 인간을 해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의예지를 모두 실천의 덕으로 보지 원리로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