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유학의 도덕철학은 혈연에 기반을 둔 효를 도덕성의 출발점으로 한다. 이 특징으로 인해 유학의 도덕철학은 두 가지 질문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첫째, 과연 사적 관계의 덕목인 효에서 보편적 도덕원리가 생성되고 함양될 수 있는가? 둘째, 사적 관계의 덕목인 효와 공공성 혹은 보편적 도덕원리가 충돌한다면, 과연 양자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가? 이 두 가지 질문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BR 이 논문에서는 둘째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주희가 선진유학에서 논의된 이 문제를 인(仁)에 대한 체용론(體用論)적 해석을 통해 해결해가는 과정을 분석할 것이다. 주희의 인(仁)과 애(愛)를 체용론으로 해석하는 이론적 특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희의 체용론이 선진유학의 ‘효(孝)와 사회적 규범[義]이 충돌할 경우 효라는 사적 관계가 우선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규범이 우선하는가?’라는 주제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둘째, 선진유학 시기 여러 학파의 사상가들은 유학의 도덕이론이 사적 관계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는데, 주희의 체용론은 이에 맞서 유학의 논리를 옹호할 수 있는가? 셋째, 주희의 체용론이 주희 당대의 도덕성-인(仁)에 대한 여러 이론가들의 논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