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의 목적은 주희(朱熹)의 효(孝) 개념 이해의 특징을 조명하는 것이다. 특히 선진(先秦) 유학의 연장과 계승이라는 측면과 함께 주희의 신유학적 이론 구조 속에 효 개념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으며, 어떤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BR 선진 유학의 효(孝)는 가족윤리로서의 편파성과 배타성 때문에 묵가와 법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맹자는 이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효의 사회적 확대를 위한 두 가지 이론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맹자가 제시한 첫 번째 방식은 부모에게 발휘되는 공감과 헤아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장(expansion)’하는 것이다. 이는 효를 실천하는 행위자의 도덕적 능력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측은지심의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효라는 행위를 ‘확산(diffusion)’하는 것이다. 순(舜)이 효를 실천하니 백성들이 이를 따라서 실천하는 모델이다.BR 선진시대의 효를 신유학의 도덕형이상학에 도입한 것은 장재(張載)의 「서명」이다. 이후 「서명」의 해석을 둘러싸고 정호(程顥)의 만물일체적 해석과 정이(程頤)의 리일분수적 해석이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만물일체의 사유가 행위자(agent) 내면의 측은지심을 부모뿐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에게도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효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이라면, 리일분수의 사유는 효의 차등성·배타성을 긍정하고 이 안에서 도덕적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주희의 리일분수의 사고는 효의 대상은 ‘확장’될 수 없으며, 단지 효라는 행위(action)의 방식이 ‘확산’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BR 효에 대한 주희의 이와 같은 특징적 관점은, 그가 선진 유학의 효에 대한 본질을 리일분수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과 관련될 뿐만 아니라, 정호 만물일체의 사유를 일부 계승한 호상학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태도와 관련된 것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