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토마스 아퀴나스의 자제력 없음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그만의 독특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중요한 문제이다. 토마스는 『윤리학주해』, 『신학대전』, 『악론』에서 ‘선택으로 말미암지 않고(non ex electione)’, ‘선택하면서(eligens)’, ‘감정으로 인해(ex passione)’라는 세 가지 계기를 통해 자제력 없음을 설명한다. 토마스는 자제력 없음을 ‘선택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설명하면서도, 자제력 없음에 ‘선택한다’는 설명을 주고 있다. 즉, 자제력 없음에 개입하는 ‘선택’은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라서는 토마스만의 새로운 이론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견 상충되어 보이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우선 토마스의 자제력 없음을 면밀히 분석하여 선택과 관련된 진술이 주는 외견상의 모순을 푸는 것이 본 논문의 하나의 목표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필자는 토마스가 의지와의 깊은 연관 속에서 자제력 없음을 다루고 있음을 드러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스가 자제력 없음에서 핵심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 감정이라는 점을 밝힐 것이다. 이 논의를 토대로, 자제력 없음의 제일원인을 의지에서 찾고 이로 인해 자제력 없음을 의지의 약함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이 둘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본 논문의 다음 목표이다. 토마스는 자제력 없음뿐만 아니라 의지의 약함에서도, 의지가 아닌 ‘감정’에 제일원인으로서의 설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즉, 자제력 없음의 제일원인은 감정이며 의지의 약함의 제일원인도 감정이므로, 이 둘은 ‘감정’을 매개로 연결된다. 이때 의지의 약함은 모든 감정에, 자제력 없음은 욕망에 관련된 감각적 욕구에 관련되기 때문에, 자제력 없음이 의지의 약함에 포함되는 것이 이 둘의 구체적인 관계로 적절하다. 이처럼 자제력 없음과 의지의 약함을 분석할 때, 그 중심에는 ‘감정’이 놓여있으며, 감정을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인으로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자제력 없음과 의지의 약함은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