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성리학의 미발(未發)에 관한 한국 학계의 거대 담론이 전개되는 가운데 퇴계의 미발론(未發論)에 관한 연구도 병행되고 있어 속속 논문이 축적되고 있다. 본래 중화(中和)의 ‘미발-이발’ 논의가 복잡한 구조이지만, 여기에 퇴계의 성리학설까지 연결되니 퇴계의 미발론에 관한 논의는 내용이 더욱 확장되면서 갈수록 얽혀가는 면이 없지 않다. 원점으로 돌아가 퇴계성리학의 출발점인 주자학에 비추어 현재까지의 퇴계 미발론 논의를 거시적으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이 논문은 주자학의 관점에 서서 퇴계의 미발 논의를 조명해 봄으로써 양자 간의 이동(異同) 및 퇴계 미발론이 갖는 의의 등을 가늠해 본 것이다. 논점은 네 가지로 구성된다. (1) 금계 황준량의 질의에 답변하는 가운데 퇴계는 미발(未發)과 이발(已發)을 명확하게 구획한다. 이 논문에서는 그 내용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아울러 이것이 갖는 의의도 탐색해 본다. (2) 기존의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미발(未發) 개념의 이해 문제를 다룬다. 단, 일상생활의 사례들에 적용하여 이해를 시도해 본 점은 새롭다. (3) 미발시(未發時)의 대표적인 공부방법은 ‘존양(存養)’이고, 일반적으로 성리학계에서 존양과 함양(涵養)은 호환된다. 공부론의 구조상 퇴계성리학과 주희성리학 간의 기본적인 이동(異同)을 살펴보는 가운데, 퇴계성리학에서는 함양이 주희성리학이나 율곡성리학과는 변별되는 독자적인 의의를 갖는 것일 수 있음까지를 짚어 본다. (4) 미발과 관련해서는 향후의 연구에서도 가장 논의가 많이 될 것이 ‘미발 순선(未發純善)’의 논제이다. 이 논문에서는 퇴계가 한 사람의 도덕철학자이자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성선설의 의도’하에 미발 순선을 말한 것이라는 해명을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