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미발지각으로 주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 관점에서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발지각에 관한 논의를 검토해보았다. 주희 성리학에서의 미발지각의 의미를 논하기 위해 주희의 인간 본성의 이해 및 병술지오(중화구설)와 기축지오(중화신설)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밝힌 후 ‘희노애락지미발’, ‘사려미맹’, ‘지각불매’로 압축되는 미발지각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현대 한국에서 제기되는 미발에 관한 논쟁을 검토하였다. 미발의 형이상자를 마음활동 없는 성=리로만 간주하는 문석윤, 그를 비판하며 미발을 오히려 경험적 의식으로 해명하는 이승환, 다시 미발이 경험적 의식일 수 없음을 강조하며 미발=성=리를 주장하는 손영식의 입장을 살펴보았는데, 문제는 두 입장 모두 미발=성=리=보편, 이발=심=기=개별이라는 이원 구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양 항을 ‘본체로서의 미발’과 ‘공부로서의 미발’로 종합하려는 이상돈도 미발지각에 대한 천착이 결여됨으로써 결국 이 이원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본다. 반면 본고는 주희 기축년 깨달음의 핵심을 바로 이러한 이원구도를 깨는 미발지각의 발견으로 논하였다. 미발지각은 개별인간 안에 깃든 보편적 천지지심인 심층마음의 허령불매의 활동성이라는 것, 이 미발지각의 발견이 성리학을 포함한 동양 형이상학의 핵심이라는 것을 밝히고자 하였다.